새 것을 쓰기 시작해 일주일이면 겉에 칠한 페인트가 다 벗겨지고 흙먼지로 뒤덮이는 제품, 아무도 그 겉모습을 따지지 않는 토목공사 현장이나 해체하는 건물 더미 속에서 쓰이는 물건, 그 물건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믿겠는가.
굴삭기에 부착해 지반의 암석이나 건물을 파쇄하는 장비로 쓰이는 브레이커 제조사에서 신제품에 적용할 디자인 필요하다고 연락을 해 왔다. 홈페이지에서 그 회사의 제품 사진을 보고는 우리도 처음에는 의아했다. 과연, 어디를 어떻게 변경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의 세계 유수의 브랜드 제품 사진을 보는 순간, 디자인이 곧 기술력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같은 기능을 지닌 단순한 브레이커라 해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형태와 칼라, 그래픽(로고나 모델명 등) 등으로 완벽하게 그 회사 제품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국제 전시회에 나가 보세요. 유럽이나 일본 회사들 부스는 멀리서 봐도 금세 알 수 있어요. 어떤 회사의 부스인지… 우리는 디자인 특징이 없으니, 한국 부스인지 중국 부스인지 구별이 안 간단 말이에요…”
국내의 많은 장비 업체에서 말하는 이 같은 고충은 대동소이하다. 디자인의 효과는 국제 전시회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 회사 제품의 고유 칼라, 제품의 실루엣, 브랜드 로고만 멀리서 언뜻 보아도 관련인들은 모두 금세 알아차릴 수 있어야 비로소 디자인이 전략적으로 잘 적용된 회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반세기를 굴삭기 부착장비를 생산하면서 국내 3위권에 진입한 이 기업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 중간 중간 회의를 거듭하면서 회사 내에는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대한 찬성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생산원가가 향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현재까지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오던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불안감… 그러나 새로운 디자인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면 그러한 불신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는 것이다.
Can you believe that even products designed to be used on construction sites, such as machinery with paint that peels off and gets covered in dust after just a week of use, or items used in demolitions that end up buried in piles of rubble, also require design? A manufacturer of breakers used to crush rocks and buildings attached to excavators reached out to us to apply design to their new products. At first, we were skeptical as to where and how we could make changes, especially after looking at the company's product photos on their website. However, upon seeing product photos from leading brands in Europe and Japan, we were reminded that design is a representation of technological prowess. Even simple breakers with the same function have unique shapes, colors, graphics (such as logos and model names) that perfectly represent the characteristics of their respective companies.
"Attend an international exhibition. You can easily tell booths of European or Japanese companies from afar...you can't easily distinguish whether a booth belongs to a Korean or Chinese company because we don't have any unique design features," we were advised.
This is a common problem among many equipment companies in Korea. The power of design is amplified at international exhibitions. Unique colors, product silhouettes, and brand logos should be instantly recognizable to industry professionals from a distance. Only then can a company be seen as having strategically applied design.
This was a concern for this company as well, which had entered the top three in the domestic excavator attachment market over the past half-century. During the design process, we held several meetings where we detected not only agreement but also some apprehension about developing new designs. Concerns were expressed about whether production costs would increase, and anxiety about having to change the way things had been done for decades. However, if the reasons for why new designs were necessary could be clearly explained, then doubts and worries could be dispelled.